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이 공연된 것은 기원전 458년 아이스킬로스가 사망하기 2년 전이며 아이스킬로스로서는 그리스 연극 경연대회에서의 13번째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이었습니다.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이 중요한 것은 아이스킬로스의 대표작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리스 비극 삼부작의 전형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과, 현재 남아있는 그리스 비극 삼부작으로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1부 「아가멤논」,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3부 「자비로운 여신들」로 구성된 이 삼부작은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 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습니다. 그리스극은 신화나 전설을 소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은데 이 삼부작도 당시의 관객들이 알고 있는 신화 속의 인물과 역사적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삼부작을 이해하려면 올림푸스 신들 이전의 탄탈로스 신들의 가계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삼부작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 가계의 사람들이고 극이 그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복수, 필연적인 처벌, 정의와 사랑으로 해결되는 과정을 작가는 종교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탄탈로스의 손자인 아트레우스 왕은 동생 티에스 테스와 왕위 계승 때문에 암투를 계속했습니다. 티에스 테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내를 유혹하고 분노한 아트레우스는 티에스 테스의 두 아들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조카들의 시체를 토막 내고 국을 끓여 티에스 테스에게 먹이자 티에스 테스는 아트레우스를 죽입니다. 그러자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이 숙부인 티에스 테스를 살해합니다. 아가멤논과 아내 클리 타임 네스트라 사이에는 아들 오레스테스와 두 딸인 이피게니아와 엘렉트라가 있었습니다.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우스의 아내는 절세미인인 헬레네인데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가 헬레네를 유혹하여 데려가자 트로이 전쟁이 터집니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군을 이끌고 트로이로 출정하기 전에 분노한 바다와 바다의 신을 달래고 진정시키기 위해서 큰딸 이피게니아를 바다에 던져 희생물로 바칩니다. 아가멤논의 아내이자 그리스 왕비인 클리 타임 네스트라는 딸을 희생물로 바친 남편 아가멤논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노리고 있던 티에스 테스의 아들인 아이기스토스의 유혹을 받아들여 자신의 아들인 오레스테스를 멀리 보내고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십 년 만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할 것을 모의했습니다. 이것이 삼부작의 배경 상황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 소재를 즐겨 사용했으며, 소포클레스는 아트레우스를, 에우리피데스는 티에스 테스를, 미국의 현대 극작가인 유진 오닐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로버트 터너는 아트레우스의 딸들 등을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자비로운 여신들
자비로운 여신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자비로운 여신'들은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인 클리 타임 네스트라를 죽인 두 사람의 아들 오레스테스의 재판 과정을 보여줍니다. 삼부작 첫 작품인「아가멤논」은 십 년 만에 트로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 아가멤논을 그의 아내 클리 타임 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가 살해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아가멤논 대왕의 장엄한 개선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살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정성껏 남편을 맞이하는 클리 타임 네스트라의 묘사도 일품입니다. 또한 트로이에서 포로로 끌려온 트로이의 공주이자 무녀인 카산드라가 아가멤논과 자신이 살해된 운명임을 예언하며 절규할 때 극적 분위기는 최고로 고조됩니다. 아가멤논이 피살된 후에 아이기스토스와 클리 타임 네스트라는 모를지라도, 코러스는 앞으로 다가올 고뇌를 말하며 인간은 고뇌를 통해서만 지혜를 배우고 정의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예언으로 막을 내립니다. 삼부작 두 번째 작품인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은 오레스테스가 주인공이지만, 처음으로 엘렉트라가 등장합니다. 엘렉트라를 여기서 중요한 인물로 부각해 묘사한 최초의 작가가 바로 아이스킬로스입니다. 그 후 많은 작가들이 엘렉트라에 대한 작품을 썼습니다. 아가멤논이 살해되고 아르고스 지역은 클리 타임 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의 잔악한 통치하에 들어갑니다. 엘렉트라는 어머니 클리 타임 네스트라의 지시로 궁의 하녀들과 함께 아버지 아가멤논의 무덤을 찾아 꿀벌과 유즙으로 된 제주를 붓습니다. 엘렉트라는 어머니와 그의 정부에 대해 증오하고 멸시합니다. 이때에 멀리 나가 있던 남동생 오레스테스가 친구인 필라테스와 함께 돌아와 남매는 아버지인 아가멤논의 무덤 앞에서 처음 만납니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라는 신탁을 아폴론 신에게서 받고 오는 길입니다. 그래도 주저하는 오레스테스에게 엘렉트라는 강력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죽일 것을 재촉하고 오레스테스는 궁으로 들어가 어머니인 클리 타임 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입니다. 마지막 작품인 「자비로운 여신들」은 어머니인 클리 타임 네스트라를 죽이자마자 달려들고 쫓아오는 복수의 여신들을 피해 무대 밖으로 나간 오레스테스가 델포이 신전을 찾아 아폴론 신에게 간청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클리 타임 네스트라의 망령이 나타나서 복수의 여신들에게 복수를 하도록 맹세를 시킵니다. 복수의 여신들은 오레스테스를 포위하지만 오레스테스는 아폴론 신의 보호로 이곳을 빠져나가 아테네로 가며, 쫓아온 여신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아테나 여신이 재판장을 맡고 '그저께 이오스 파고스' 즉, '아레스의 언덕'을 뜻하는 법정에서 오레스테스는 무죄를 선고받고 고향 아르고스로 돌아갑니다. 복수의 여신들은 처음에는 이 재판에 분노하지만 아테나 여신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풀려 오레스테스를 용서하고 세상에 복을 내리는 자비로운 여신들이 됩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아버지인 아가멤논을 죽였기 때문에 그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를 무죄로 판결한다는 것입니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죽인 것도 분명 살인죄인데, 완전한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은 바른 결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폴론은 가부장제와 남성 권력 우위를 실천하는 제우스의 아들답게 여성과 모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재판정에서 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자기 뱃속에 어린아이를 뱄다고 곧 혈친이 되는 것이 아니고, 여자는 그 씨를 기르는데 불과하며, 어미란 마치 주인이 손님을 대접하듯 어린 씨를 보육하는데 그친다. ” “제우스의 어여쁜 딸 아테나 여신처럼 어린애는 어미 없이도 아버지를 가질 수 있다. ”라고 아폴론은 당당하게 말합니다. 즉, 어머니는 자녀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고 생명을 주는 사람은 아버지라고 말함으로써 여성과 모성의 가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삼부작이 뜻하는 것은 죄를 범한 자는 엄중히 법과 정의로 처단되어야 하며, 자부심을 억제해야만 하고, 무한한 번영만을 추구하지 말아야 하며, 늘 중용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과 고뇌를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피그말리온과 마이 페어 레이디
'피그말리온'과 '마이 페어 레이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자신이 상아로 만든 여성 조각상에 반해 조각상이 사람으로 되기를 기원했고 그 소원이 이루어져 행복하게 살았다는 피그말리온 신화는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통해 더욱 재미있는 문화 예술로 재생산됩니다. 주인공 피그말리온에 해당되는 음성학 교수인 헨리 히긴스는 꽃 파는 하류 계층 여성인 일라이자, 신화에서는 갈라테이아에 해당되지요. 이 일라이자에게 바른 소리와 말을 가르쳐 일라이자를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멋진 숙녀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러나 피그말리온 신화와 달리 버나드 쇼의 작품에서 두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여기에는 버나드 쇼의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조지 쿠커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는 세기의 요정 오드리 헵번을 일라이자로 캐스팅하고 대중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해피엔딩의 가능성을 남기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변의 기대와 믿음이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