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스 로마신화, 제우스, 올림푸스 역사

안티고네에 대한 논란

by 위아드 2022. 7. 1.

안티고네에 대한 논란

안티고네에 대한 논란
안티고네에 대한 논란

안티고네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만큼 역사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켜 왔습니다. 프랑스의 극작가 장 아누이는 자신이 개작한 1942년도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를 나치 정권에 대한 고독한 저항으로 해석하였고,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3기니』라는 작품에서 크레온을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로 묘사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에 의하면 안티고네는 가족법, 친족법을 대표하고 크레온은 국가법, 실정법을 대표합니다. 이 두 법질서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갈등과 긴장의 관계라는 그러한 점은 인정하지만,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국가법이 성립되려면, 사적인 혈연 중심의 친족법은 마땅히 공공의 선을 위한 국가법에 양보해야 된다, 양보되어야 한다 이렇게 헤겔은 보았습니다. 이에 반해 벨기에 출신의 철학자 이리가레는 친족법을 대변한다는 사실 때문에 안티고네를 페미니스트 투사로 인정하였고, 프랑스의 철학자 라캉은 안티고네를 친족법과 국가법의 문지방에 서있는 존재로 간주합니다. 라캉은 안티고네의 윤리적 행위에서 숭엄 혹은 숭고함(sublime)이라는 매혹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는 안티고네를 크레온의 보편적인 선, 보편 선을 넘어선 한 차원 높은 윤리적 존재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젠더 연구

젠더 연구로 유명한 여성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앞선 주장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안티고네야말로 국가법과 친족법, 남성과 여성,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폴리스와 오이코스. 오이코스는 가정이나 가족의 의미지요. 이러한 이분법을 교란시키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안티고네에게 오이디푸스요, 아버지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머니가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빠가 되기도 합니다. 안티고네의 가족관계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혼란스럽기 그지없어요. '사회적인 성'을 '젠더'라고 부릅니다. 안티고네는 어쩌면 젠더의 규범을 해체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안티고네는 명예의 남성입니다. 추방된 아버지에게 끝까지 충성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그녀는 남자답다는 그러한 이름을 얻게 되지요. 그리스 당대의 사회적 여론이라고 볼 수 있는 코러스도 안티고네의 용기와 충성심을 남자답다고 거듭 감탄합니다. 여자가 용기를 내거나 명예를 중시하는 것은 마치 불가능한 것처럼 말입니다. 용감한 것은 남성적인 속성이므로 생물학적인 여성과 상관없이 안티고네는 남성답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아들과 딸의 역할이 뒤집혔다고 통탄합니다. 안티고네는 아버지를 뒤따르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인도하죠. 그럴 뿐만 아니라 실정법을 어기고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죽은 오빠 폴리네 이케스를 매장합니다. 크레온은 보편적인 선을 대변하는 국법을 주장하면서도 사실은 가부장적인 논리에 매몰된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안티고네의 주장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크레온은 자신의 칙령을 어긴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안티고네와 대면하면서 크게 분노합니다. "이 계집아이가 그런 위세를 떨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제 나는 사내가 아니고, 그 계집아이야말로 사내로다. 그러니 내가 어찌 한낱 계집아이에게 질 수 있느냐"라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은 아버지 크레온에게 왕이 잘못하고 있다는 테베의 여론을 전달하며 "국가가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더 이상 국가일 수 없다"라고 충언하지만, 크레온은 하이몬을 여자 편든다고 분노하고 한갓 아녀자에게 진다면 자신은 남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반박과 결과

하이몬은 아버지야말로 어린애나 여자처럼 군다고 반박합니다. 헤겔과 이리가레는 안티고네가 친족의 영역에 머물러 있으므로 공적, 정치적 장으로 나오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정치 이전 단계에 속한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성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안티고네가 공적, 정치적 영역과 윤리적, 도덕적 영역을 교란시키면서 법을 거부함으로써 공적인 장에서 행위의 주체로 출현한다고 보았습니다. 안티고네는 죽음으로써 법을 위반합니다. 그렇게 해서 크레온의 칙령을 완성시키고 그 법을 확립시켜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경계를 위반하고 넘나드는 혼성적인 존재하고 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