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
우주의 기원, 제우스와 헤라에 대해서 한번 살펴볼게요.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들이 어떻게 출현했나, 신들 간의 전쟁은 어떠했는가, 인간의 탄생은 그리고 신과 인간이 어떤 갈등을 겪었나 이야기 하지요. 그래서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태초에 '카오스'(Chaos)가 있었고, 뒤이어 넓은 젖가슴을 가진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출현했으며, 이어서 신이 나 인간의 이성과 사지를 마비시키는 '에로스'가 생겨났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때 등장하는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 아닙니다. 티탄 신들의 세계에 나오는 '카오스'는 '혼돈'을 뜻하기도 하지만 고대 그리스 어원으로 '갈라진 틈'을 뜻합니다. 갈라진 틈이에요. 그래서 카오스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알이 깨어진 틈 사이의 어두운 공간인 카오스에 이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생기고 만물이 하나씩 생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대지의 여신 가이아
우주의 기원을 언급할 때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세상 만물의 터전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여성이 생명의 모태로서 숭배받던 고대 원시 모계사회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낳은 12명의 티탄 신들과 다른 자식들은 괴물이 많았다고 하지요. 그래서 자식들의 추악한 모습이 소름끼치게 싫었던 우라노스는 이 자식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지 않고, 가이아의 자궁인 어두운 타르타로스에 가두고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자식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자궁에 가만히 둔 채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받던 가이아는 당연히 복수심에 불탔겠죠. 그래서 날카로운 큰 낫을 만듭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불러 자기 한을 풀어달라고 말합니다. 공포에 질린 다른 형제들과 달리 막내 크로노스(Kronos)가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막내가 용감하죠. 가이아가 시키는 대로 가이아의 전략을 따랐던 크로노스는 아내인 가이아를 찾아온 아버지를 공격하며 남성의 상징인 성기를 자름으로써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처단하는 데 성공합니다. 힘을 잃고 달아나던 우라노스는 자기 자식들을 '깡패'나 '불한당'을 뜻하는 '티탄'이라 부르고 비난했어요. 그리고 크로노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막내 크로노스는요,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는 데 성공하죠.
크로노스의 배신
그런데 일단 권력을 쥐는데 성공하니까, 마음이 달라졌어요. 어머니에게 우라노스를 처단하면 타르타로스에 갇힌 다른 형제들을 해방시켜주겠다 약속을 했는데 배반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신들의 우두머리가 돼요. 막내가 이렇게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기니까 당연히 그 어머니 가이야는 배신감으로 앙심을 품으면서 어떻게 저주할까요? '아비를 내친 자식 또한 그 아비의 뒤를 따르리라'며 자기 막내아들 크로노스를 저주합니다. 아버지 우라노스의 저주에 이어 어머니 가이아의 저주까지 받은 크로노스는 좀 무섭겠죠? 그래서 이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자기 아내 레아하고 낳았던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이 5명의 자식을 다 집어삼켜요. 낳고 나면. 그리고 6번째로 태어날 제우스마저 집어삼키려고 합니다. 올림푸스 신들의 세계에 진입하기 전에 나오는 티탄 신들의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입니다. 태초의 혼돈기에서부터 부자관계는 이렇게 거세하고 거세당하는 영원한 갈등관계로 제시되죠. 그리고 어머니의 존재는 권력이 강한 남편에 대한 앙심 때문에 자식에게 힘을 실어 주지만, 결국은 남편도 잃고 자식도 잃는 결과를 맞이함으로써 앞으로 전개되는 신들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가족관계의 실례를 보여줍니다. 근친 살해, 가족 살해, 관력 다툼, 찬탈의 역사 이런 게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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